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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상스튜디오의 운영

가상스튜디오를 이용한 제작을 임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고 전설처럼 전해진다. 하지만 이 부분은 새로운 장비가 도입되어 그 결과물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최소 적응기간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떤 장비나 마찬가지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가상세트의 실제 운영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자.

1) 리얼리티 확보와 소재 부각

가상세트의 주 임무는 세트적인 요소를 수행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가상세트의 주 임무는 가상세트 프로그램의 성능 테스트가 아니라 세트의 역할을 얼마나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바꾸어 말하면 가상세트로 만들어 놓은 것은 최대한 가상세트가 아닌 것처럼 리얼리티 요소를 부각시키는 것이 최대 과제인 것이다. 때문에 가상스튜디오의 운영에 있어서 리얼리티의 확보는 중요한 관건이 되는 셈이다.
리얼리티 확보에 대한 문제는 가상세트 확보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다. 이 부분은 얼마나 정교한 스튜디오 세트를 구현하느냐에 대한 문제로 돌아오게 된다. 실제 만들어지는 세트의 허망함에 대해서는 방송관계자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카메라의 눈으로 보았을 때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추었다고 해도 방송이 끝남과 동시에 철거되는 까닭에 대체로 엉성하여 세트에 많은 무리가 가지 않고 철거하여 재조립하기 편하게 만들어 지는 것이 관례이다. 가상세트는 카메라의 앵글을 이해하는 부분에서 그 디자인을 시작하게 된다. 세트 디자인 자체는 좋은데, 막상 카메라로 바라본 세트는 엉성하고 볼품없거나 어딘가 모르게 비어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가 쉽기 때문에 처음 세트 디자인을 위해서는 많은 시험작업이 필요하다.
가상스튜디오는 리얼세트와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이 다루려고 하는 소재를 부각시켜야 하는 이야기의 구성 매개체가 되어야 하고 실제 세트처럼 리얼리티를 가져야 한다. 이 부분은 많은 기술적인 처리가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가장 기본적인 조명에 대한 그림자의 처리와 카메라의 앵글에 대한 다각적인 세트 구성에 대한 처리가 선결 과제이다. 리얼리티의 확보는 세트의 리얼한 재연에도 그 무게 중심이 있지만, 세트 안에서 움직이는 진행자의 조명 처리와 함께 그림자의 처리에 대한 문제가 남겨진다. 이 부분을 조명을 담당하는 실무진과 충분히 논의를 거치고 세트디자인의 의도와 함께 연출 의도를 반영해 풀어나가야만 원하는 리얼리티 요소를 표현할 수 있다. 대부분의 제작시스템이 그렇듯 이 부분은 시간적인 문제로 인해 그림자 부분을 거의 없애고 표현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그래픽부분과 진행자 부분이 따로 분리되어 나타나기 십상이다.
보다 많은 시간적 투자만이 이 부분을 살려낼 수 있는 해결책이 될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소재를 어떤 형식으로 부각하느냐에 대한 문제이다. 가상스튜디오 제작에서 가장 먼저 버려야 할 고정관념은 가상 세트로 제작되는 프로그램은 가상스튜디오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선 소재의 부각을 3D 그래픽으로 처리해 후반 작업을 할 것인지, 문자발생기의 역할을 통해, 혹은 타 그래픽 장비의 기능을 이용해 처리할 것인지 기술적인 세분화 작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제대로 연출되지 않는 장비를 가지고 이래저래 제작 시간만 소모하게 된다. 장비의 기능을 부각하기 보다는 기능적인 효과를 대비해 작업의 세분화 과정을 거쳐 체계적인 작업 프로세스를 갖추면 시간적인 절감 효과와 더불어 보다 전달성이 높고 완성도가 높은 가상세트 운영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2) 카메라 촬영과 동선

가상세트의 제작에 있어서 카메라와 진행자의 동선은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가상세트 카메라가 카메라의 위치를 변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 가상세트 카메라를 소유하고 있는지, 카메라의 위치 이동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정보가 먼저 분석되어야 한다. 대체적으로 저렴한 가상세트의 경우는 카메라 자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줌과 포커스 팬과 틸팅만이 가능하기 때문에 연출을 할 때 이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또하나 신경 써서 살펴야 할 것은 카메라의 움직임과 세트 그래픽의 높이가 제대로 맞는지, 그래픽과 카메라의 딜레이 현상이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진행자의 움직임을 따라 카메라의 팬이 이루어지고 난 다음 뒤늦게 세트가 따라오는 기현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카메라와 가상세트 그래픽의 속도감에 대한 감각을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잇어야 제대로 의도한 앵글을 만들 수 있다. 카메라의 역할 수행과 더불어 중요한 부분은 진행자의 동선이다. 일반적인 쇼 프로그램의 경우 진행자들은 거의 움직임이 없기 때문에 고정된 동선에 고정 카메라의 앵글만이 스위칭 되지만 한 사람의 진행자가 그래픽 세트 안에서 이리 저리 움직이며 진행해야 하는 경우 이 문제는 그리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프로그램의 촬영에 앞서 이 부분은 대본에 따라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그래픽 요소들을 이용한 세트이기 때문에 진행자의 동선이 어떤 지점에서 어느 방향으로 걸어 나갈 것인지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이 부분은 세트의 리얼리티 요소와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진행자의 동선은 그래픽 세트의 구조를 진행자가 이해하고 그 안에서 사실적인 움직임을 행해서만이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계속되는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
진행자의 동선을 보조하기 위해서 많은 방법들이 사용되고 있지만, 보편화된 방법으로는 진행자가 현재 자기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프롬프트 모니터와 블루칩이라는 것을 이용하고 있다. 블루박스 안에서 바닥에 깔아 놓고 그 칩의 위치와 프롬프트 모니터를 이용해 걸어 나갈 방향과 자기와 그래픽의 위치를 가늠하는 것이다. 카메라의 움직임과 진행자의 동선 처리는 그래픽 세트 사이에서 공감감을 표현하는 중요 요소이기 때문에 반복되는 작업을 통해 장비의 성능과 성향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래픽 세트와의 연계성이 가장 중요하다.

3) 디지털을 극복하는 기획과 연출

가상세트의 연출과 기획은 디지털 프로세스의 이해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디지털프로세스는 연출자의 기획의도를 표현하는 하나의 방법이고 수단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법론이지 방법론에 맞추어 기획과 연출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물론 더 나은 연출을 위해 방법론적 접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 과정에서 약간의 의견차를 보이게 되는데, 그 이유에 대해 박현민 PD는 이렇게 정리했다.

"아마, 그런 경우가 있다면 그건 그래픽 디자이너와 연출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문제일 겁니다. 이런 문제는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서 디자이너가 프로그램 전반에 대한 파악이 있어야 하는데, 제작 여건상 그런 상황이 어렵습니다. 저희 역시 필요한 세트에 대한 주문과 설명이 그래픽 디자이너에게 제공되기 때문에 뜻하지 않은 오해 때문에 그런 일들이 종종 벌어집니다.
하지만, 가상세트의 장점이 세트의 수정이 비교적 쉽고 빠르기 때문에 이런 문제점들은 거의 리허설 과정에서 수정되고 바로 잡아집니다. 리얼세트는 내용 전달이 잘못되면 천상 세트를 부시고 다시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기획 의도와 맞지 않더라도 대체로 세트에 연출을 맡기게 되는 편이지요. 그런 면에서 보면 가상세트는 PD의 역량이 타 제작 시스템에 비해 강하게 나타나는 편입니다."

빠른 제작과 함게 비교적 빠른 수정이 가능하다는 가상세트의 장점은 보다 원하고 기획의도에 맞는 연출을 가능하게 하는 보완 수단으로 이해되는 셈이다.
가상세트를 이용한 연출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박현민 PD는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작년에 350년쯤 된 어린 아이 미이라를 추적해 나가는 과정이 있었습니다. 당시 가장 고민을 했던 부분은 미이라를 실물로 복원을 시청자에게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을 구체와 하기 위해 미이라를 1mm 간격으로 전신 CT촬영을 했고 안면복원술 전문가에게 의뢰를 해서 뼈의 형태를 바탕으로 석고로 실물유형으로 복원한 다음 3D 그래픽으로 만들어 얼굴과 피부 등을 리얼하게 복원했습니다. 이 과정을 스튜디오와 연결해서 앤딩 처리를 했는데, 처음 기획 의도는 미이라에서 복원된 아이가 자기가 살던 집 방안에 걸어 들어가는 것으로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래픽 디자이너와 많은 협의를 했고 그래픽 디지이너는 미이라에서 복원된 아이가 집 방안으로 들어가 있다가 방문이 닫히고 엄마가 방문을 열면 엄마에게 와락 안기는 장면으로 구성을 해보자고 제의 했고 아이가 엄마에게 안기는 장면은 실물을 크로마 촬영을 해서 합성을 해보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앤딩 부분을 수정해서 제작했습니다. 이 앤딩 부분은 정말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 느낌은 ‘아 저렇게 예쁘고 사랑스럽던 애가 저런 병에 걸려서 죽었구나, 엄마한테 어리광을 부리던 어린애가...’ 이런 느낌까지 가상 세트에서 소화해 낸 거죠. 그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사람이 혼자 생각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낫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PD는 혼자 상상을 해도 이게 되는 건지 기술적으로 가능한건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주면 그런 부분을 보완해 나갈 수 있거든요.”

위의 답변에서 필자가 얻은 결과는 참 따뜻하고 코끝이 찡한 느낌이었다. 우리가 지금 다루고 알아보고자 하는 것은 장비에 대한 이해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시 되는 것은 인간에 대한 관심과 인간에 대한 탐구에 대한 인간성 회복인 셈이다. 그것을 위해서 우리가 가상세트를 살펴보고 제작과정은 어떻게 이루어고 있는지 알아보고 있는 것이란 점을 잠시 잊고 있었는데, 취재 도중 문득 깨닫게 된 것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상상은 한계를 두지 않아야지만 상상이라 부를 수 있다. 그 상상을 기술적으로 풀어내는 일은 그 다음이다. 바람직한 상상은 디지털의 메마른 정서를 가진 장비를 통해 인간미를 느끼게 할 수 있는 사람냄새 나는 상상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